요즘 아들이 독일어 숙제하는 것을 보니 영락없는 글쓰기 수업이다. 키워드를 몇 개 주고 이야기를 만드는 훈련을 한다. 숙제도 수업의 연장인 글 짓는 연습이다.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데 아들은 척척 글을 쓴다. 그것도 독일어로. 두 바닥은 기본이다. 처음엔 형용사나 동사 명사 등 각 품사별 키워드를 주기도 했고 그 이후엔 섞어서 줬다. 내가 하는 일은 틀린 단어 철자를 알려주거나 대문자로 써야 하는 명사들과 글자 좀 예쁘게 쓰라는 정도다. 꽤 시간이 걸려 완성된 글은 아이에게 들려달라고 한다. 스스로 읽으면서 틀린 부분을 발견해서 고치기도 하고 더 좋은 제목이 떠오르기도 한다. 글 한편을 쓸 때마다 아이는 뿌듯해한다. 글이 재밌기도 해서 칭찬은 듬뿍 해준다. 한글도 아닌 독일어로 두 페이지를 가득 채워 쓴 아들이 대견하기도 하고.
충분히 몇 주에 걸쳐 연습을 한 후, 어느 날은 선생님께서 종이를 나눠주고 만년필(Füller)로 쓰라고 한 날도 있었다. 필통에 Füller는 늘 가지고 다닌다. 어려서부터 만년필 사용하는 것은 좀 멋지다. 그리고 저렇게 첨삭 지도를 해주셨다. 독일어 글쓰기 실력이 늘지 않을 수가 없겠다. 무엇보다 누군가 내가 쓴 글을 고쳐 준 경험을 초등학교에서부터 한다는 것이 놀랍다. 아이는 문장을 정확하게 구사하는 법을 배우고 첨삭이 기분 나쁜 일은 아니라는 것도 알지 않을까. 만년필로 일필휘지로 써보는 경험은 짜릿하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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