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리가 만들었고 출연했다. 이런저런 호기심은 뒤로하고 여배우의 민낯이 궁금했다. 무대 뒤의 여배우는 어떤 일상을 살까. 상상했던 것보다는 더 누추하고 궁상스럽다. 영화 속에서 문소리는 시종일관 민낯이다. 유치원 안 가겠다며 징징거리는 딸을 어르고, 배우 딸 덕 좀 보려고 신세 한탄하는 연기하는 엄마 비위도 맞추느라 치과에 가서 원장과 사진도 찍는다. 은행에서 대출도 하고 팬이라는 사람을 위해 몇 장의 사인도 영혼 없이 한다. 가장 인상에 남는 장면은 매니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는데 햇빛이 문소리 얼굴을 따라가며 귀찮게 비춘다. 선글라스를 찾는데 이놈의 선글라스가 없다. 가방을 다 뒤집어엎다가 신경질이 뻗친다. 차 세워! 짜증을 팽 내고 차 문을 확 열어젖히고 내려서 미친 듯이 달린다. 어쩜 그렇게 내 마음과 같을까. 달리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만 같은 그 심정이 여배우도 아닌 내가 왜 그리도 이해가 되는지. 감독이라는 사람의 장례식장은 왜 그렇게 초라한지. 베니스 영화제에서 화려한 배우 사람도 민낯의 '소리'도 동일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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