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웃음꽃유진/life in Schwanewede

안아볼 수 없다는 것

내게는 네 명의 언니들이 있다. 고로 내 아이들에겐 네 명의 이모가 있는 셈이다. 이모들의 조카 사랑은 표현 방식도 각양 각색이다. 그 중 유독 셋째 이모는 조카들 중 가장 막내인 내 딸에 대한 애정 표현에 거침이 없다. 가끔은 외할머니가 살아계셨다면 언니처럼 '물고 빨며' 저렇게 아이들을 예뻐하겠구나. 싶다. 독일에 오기 전 언니네 집에 몇 주 머물렀다. 그 덕분에 언니는 북적대는 아이들이 함께 있어서 때로는 정신이 없기도 했겠지만 사랑스런 재인이를 실컷 안아볼 수 있어서 좋아했다. 출국 전날 밤에는 욕조에 물을 받아 목욕을 함께했다. 새벽까지 짐을 싸고 있던 엄마 덕분에 아이는 이모 품에서 잠이 들었다. 

언니는 재인이가 많이 보고 싶은 모양이다. 인터넷만 되면 보이스톡으로 목소리를 듣고 페이스톡으로 얼굴을 보고 통화도 가능하다. 아이와 이모가 통화를 한다.  "재인아, 어제 이모가 재인이 꿈을 꾸었어. 꿈에서 재인이를 꼭 안아주는 꿈이었어. 우리 예쁜 재인이 안고 싶은데..." 옆에서 듣고 있던 나는 울컥한다. 안아볼 수 없다는 것!이 제일 큰 아쉬움이다. 가까이에서 서로의 살을 부비고 실체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슬프다. 보고 싶을 때 언제라도 달려가, 눈 앞에서 함께 밥을 먹고 대화를 하고 안아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알겠다.

내 꿈엔 사람들이 제일 많이 등장한다. 멀리 있는 지인을 만나러 가는 길, 그리고 함께 밥을 먹고 다시 만날 약속을 잡는 일들이 매번 꿈에서 사람만 바뀐다. 멀리 있는 언니들을 그리워하다가 내 곁에 있는 가족들을 더 많이 안아주고 함께 더 많이 웃어야겠다. 불현듯 죽음이 두려워졌다. 죽음이란게 그런것이겠지. 다시는 만질 수 없다는 것! 실체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 오로지 상상속에서만 그려봐야 한다는 것! (나에겐 엄마란 존재가 그렇다. 하지만 아쉽게도 엄마와 함께 한 시간이 너무나 짧아서 추억할 것조차 없다는 것이 아픔이다.) 그(그녀)와 함께 한 추억마저 없어서 떠올릴 만한 기억이 없다면 얼마나 애통할까. 고로 언젠가 후회가 적으려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추억을 쌓는 일이 지금 내가 할 일이다.  (2016년 8월 13일에 쓴 글)

'웃음꽃유진 > life in Schwanewed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슬렁 나들이  (0) 2017.04.04
보온 물병  (0) 2017.04.02
봄밤  (0) 2017.04.01
다른 시간대, 새로운 시간  (0) 2017.03.19
예술적인 날씨 한컷!  (0) 2017.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