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남매는 일 년에 세 번 생일날, 어린이날, 그리고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받아요. 수시로 원할 때마다 갖고 싶은 것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해줬더니 욕구를 조금은 미룰 수 있게 되었어요.
큰 아이가 레고에 한창 빠졌을 적에 가격대가 십만 원이 넘는 것을 보고 기겁 하고는 무조건 원하는 것을 사줄 수는 없다고 이야기해줬어요. 게다가 아이 선물로 고가의 장난감을 사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죠. 부모가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아이 수준에 맞는 가격대를 남편과 의논해서 책정했어요. 유치원 땐 3만 원까지 초등학교는 5만 원 선에서 사는 게 좋겠다고 타협을 했죠. 아이는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눈여겨 두었다가 살 수 있을 때만 사요.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르는 게 좋겠다며 독일에선 어린이날이 없으니 패스하자고 했는데 얘들에게 통할 리가 없죠. 어린이날 선물도 꼼꼼하게 챙깁니다. 영악한 큰 아이는 아직 오지도 않은 크리스마스 선물비까지 당겨서 갖고 싶은 레고를 사겠다고 우리를 설득하더군요. 짐은 더 늘리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대로 레고는 이번만 사고 그만 사겠다면서 각서까지 썼어요. 약속을 지키지 않을 시 태블릿을 일주일간 하지 않겠다면서요.
5월 6일에 폐가작에서 Kindertag이라는 행사가 열렸어요. 얘들을 위한 체험행사가 준비되었더라고요. 어쩐 일인지 일요일에 상점들도 꽤 많이 문을 열었고요. 남매가 가장 좋아한 건 암벽 등반이었어요. 로이드 커피 전문점에서 남편이랑 맛있는 커피를 시키고 남매에겐 콜라를 한 병을 시켰는데 하나의 따개를 서로 갖겠다고 티격태격이에요. 주인장이 어찌 알고 따개가 잔뜩 들은 통을 가져다줬어요. 얘들은 새로운 그림의 따개라며 엄청 흥분했고요. 덕분에 남편이랑 조용하게 커피 마실 시간은 벌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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