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에 한 번씩 음식물(Bio) 쓰레기 차가 온다. 벌레가 번식하기 딱 좋은 여름에 2주는 좀 길다. 그렇다고 냉동실에 얼릴 수도 없다. 한국에선 원할 때 비닐봉지에 모았다가 음식물 쓰레기통에 갖다 버리면 통을 만지거나 들여다볼 일은 거의 없었다. 독일에선 집마다 전용 쓰레기통이 있는데 총 세 개(종이, 음식물, 잡다한 먼지류)가 버리는 요일이 정해졌다. 아, 하나가 더 있다. 뭘 소비했는지 속이 훤하게 보이는 반투명 노랑 봉지(Gelbsack)에 포장재는 따로 버린다. 쓰레기차가 오는 날에 맞춰 집 앞에 내놓으면 기계로 통을 들어 털어 가면 들여와서 씻어서 말려둔다. 그래야 음식물을 갖다 버릴 때 뚜껑 열기가 덜 겁난다.
처음엔 생각 없이 그냥 통에 음식물을 부었는데 좁쌀만 한 알들의 잔치가 열리다가 시간이 지나니 하얀 생명체가 꿈틀거리는 게 징그러워서 못 봐줄 지경이었다. 한식은 육수 내는 요리가 많아서 흐물해진 파나 양파와 여름철 과일 껍질 멜론의 씨앗은 물기를 바짝 제거가 어려워 벌레가 번식하기 최적인 셈이다. 처음엔 신문지 이용할 생각을 못 했다. 음식물을 통에 그대로 투하했다가 벌레잔치에 된통 고생했다. 오바이트 쏠려서 죽을 뻔.
이젠 작은 통에 음식물을 모았다가 버릴 때 신문지로 벽돌처럼 꽁꽁 싸고 음식물 통엔 신문지를 두툼하게 깔고 넣는다. 물기를 최대한 빼거나 말리는 게 좋지만 그게 여의치 않으면 이렇게라도 해서 벌레의 번식을 최대한 막는 중이다.
쓰레기 가져가는 날 거리를 걷다보면 저렇게 나란히 나란히 줄 선 통들을 만난다. 다른 쓰레기통은 색이 칙칙해서 별로인데 그마나 종이 쓰레기통은 봐줄만하다. 처치 곤란인 음식물 쓰레기를 쓰다가 오래전 바퀴벌레 에피소드까지 줄줄이 떠올랐다.
꿈틀거리는 얘들 다음으로 싫어하는 게 바퀴벌레다. 큰아이가 네 살인가 다섯 살 때다. 집에 바퀴벌레가 등장했다. 그당시 남자아이 특징대로 곤충을 무진장 좋아했다. 사슴벌레 체험전을 찾아다니고 집에서 키우기도 했는데 굼벵이도 아무렇지 않게 만졌다. 바퀴벌레가 눈에 띈 날 기겁하는 엄마를 보고 사슴벌레 만지듯 손으로 바퀴벌레를 잡겠다는 아이에게 아서라 그건 손으로 막 잡고 그런게 아니란다. 대신 아이에게 실내화 한짝을 쥐여주며 때려잡으라했다. 두려움이란 걸 아직 잘 모르는 아이를 이용(?)해서 바퀴벌레도 사슴벌레처럼 같은 곤충류지만 조금 다를뿐이라고 거짓말을 살짝 보태서.
순진했던 아이는 엄마의 말대로 순순히 벽을 타고 오르는 중이던 바퀴벌레를 용감하게 잡고 적들을 물리친 전사의 표정처럼 의기양양했다. 어찌나 고맙던지. 남편은 아동 학대라고 욕했지만 그 순간 자식 키운 보람을 느꼈다고 하면 속물이라고 하려나. 종종 감당하기 어려운 벌레를 만나면 아들을 부른다. 예를 들면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오는 꿈틀이들. 이젠 두려움을 알 만큼 많이 컸다고 잘 통하진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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