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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유진/MeStory

[가족 리추얼] 문장 셋 일상 기록

 

엄마 셋이서 문장 셋 감사 일기를 한 달간 해본 적이 있다. 감사라는 단어를 쓰지 않으면서 하루의 감사를 표현했는데 하루를 돌아보기에도 좋고 서로의 생활을 엿보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한 권의 노트를 준비해서 가족이 함께 쓰는 문장 셋 감사 일기를 시도했다. 어쩌면 가족의 역사로 남을지도 모르니까. 문장 셋만 쓰라는데 엉터리 맞춤법으로 더 쓰겠다는 딸과 시큰둥한 아들이 만나니 말이 어찌나 많은지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자기 전 잠깐이라도 함께 하는 리추얼을 만들려는데 얼마나 유지될지는 모르겠다. 

 

[2018년 7월 15일 :기쁨, 감사, 사랑, 재미]

엊저녁 마지막 남은 스킨을 손바닥에 팍팍 떨어 쓰는 걸 아들이 본 모양이다.

가끔 자상한 아들은 동생과 3유로씩 내서 화장품을 사 왔다.

자세히 보니 스킨이 아니고 세안제라 빵 터졌지만, 타이밍은 기가 막혔다.

 

[2018년 8월 3일 : 감사, 평온]

입 속에서 들리는 굉음과 억지로 벌려지는 입, 괴로운 치과 치료를 한 달 전에 예약해서 겨우 40분 기다려 받았다. 힘겨워하는 내게 여러 차례 괜찮냐고 물어주는 친절한 의사는 하늘색 약이 하얀 블라우스에 몇 방울 튀었는데 빨아도 지워지지 않으면 보상해주겠단다. 역시 든든한 보험이 사람을 여유롭게 만든다. 

 

삶의 태도를 바꾸는데 감사 일기가 때로는 유용하다. 심리학자 바버라 프레드릭슨은 행복이라는 추상 개념을 기쁨, 감사, 관심, 평온, 희망, 자부심, 재미(유쾌함), 영감, 경이, 사랑이라는 10가지 긍정 정서로 세분화했다. 행복이란 단어는 너무 멀게 느껴지는데 이리 나누어보니 일상적 행복이 보인다.   

 

[11월 19일] 어제 일어난 일에 대해 부분적으로 문장 셋으로 써보았는데 여러 곳에서 긍정 정서를 발견했다. 

월요일 새벽이 제일 일어나기 어렵다. 독일어 수업 가기 싫었지만 가길 잘했다. 클라우디아가 진행하는 수업은 유익하고 재미있기 때문이다.(재미와 자부심) / 큰아이 친구 넷이 집에 놀러 왔다. 무슨 생일 파티도 아니고 우리 아이까지 모두 여섯이 머리를 맞대고 게임 삼매경에 빠진 모습이 가관이다. 그러다 밖에 나가 땀나게 뛰어놀다가 다시 팀으로 하는 숙제도 하는 버라이어티가 놀랍다. (경이와 사랑) / 연지원의 인문정신 유인물을 받았다. 교양인은 어떤 사람들인가에 대한 내용인데 몇 장 읽다 보니 희열이 샘솟았다. 뭔가 엄청난 지식의 창고를 발견한 느낌이다. (기쁨과 관심 그리고 희망)/ 친구 아버님이 돌아가셨단다. 부모님과 여행을 다녀왔다면서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던 게 바로 지난달이다.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 꼭 내일은 아빠에게 전화를 넣어야겠다고 다이어리에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