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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유진/MeStory

[4월 성찰] 즐거움은 발견하는 것

얼마 전까지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던 아는 사람이 죽었고 불에 탔고 땅에 묻혔다. 정원에 나가면 부엌에서 뭔가를 하던 마리타가 창문으로 손을 흔들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마리타 없음을 매번 확인하면서 이젠 다신 그곳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사람이라는 걸 인식한다. 늘 환하게 웃던 사람이고 늘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믿을 수 없지만 일상은 그대로 살아간다. 소중한 사람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실감하려고 자주 죽음을 생각했다. 보지 못할 뿐 아니라 만지지도 못하고 목소리조차 들을 수 없게 된다. 함께 밥을 먹을 수 없고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 세상에 실존하지 않는 다는 것이 어떤 느낌일지 무섭다. 마리타의 죽음으로 가라앉았다가 봄의 끝자락에서 아이러니하게 일상의 즐거움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녔다.

 

 

요가 소년의 유튜브로 거실에서 요가를 하다가 저녁 7시쯤 지는 노을에 오랫동안 눈길을 머물거나 깨끗한 식탁에 꽃을 보는 게 어두운 겨울의 촛불만큼이나 마음의 평온이다. 볕이 좋아 한껏 쳐진 식물에 물을 주거나 풀을 뽑는 일은 생각보다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 햇살을 즐기길 바라 혹은 좋은 날씨를 즐겼니?라고 친구가 건네는 인사에 얼른 정원으로 나가 봄바람을 흠뻑 맞았다. 햇살을 맞고 따뜻한 봄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기분 좋은 느낌을 발견했다. 유럽 사람들이 왜 해만 뜨면 테라스에 나와 적극적으로 해를 누리는지 알겠다. 연일 맑은 날씨라고 잠깐 방심하면 오늘같이 흐린 날 금방 후회된다. 더 많이 햇살을 누릴 걸 하면서. 햇살 쨍 날엔 빨래를 널 뿐 아니라 흐린 날 덜 후회하려고 자꾸 밖으로 나가 몸 구석구석을 말렸다. 오늘이라는 시간도 자주 자각하면서.

 

생활 면에선 적게 소유하고 물건을 정리하고 깨끗하게 유지하며 간소한 삶을 위해 더 많이 정리하고 버렸다. 사는 동안은 건강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육식을 줄이는 먹거리에 신경 쓰고 한 시간씩은 걷고 자기 전엔 요가를 하고 잠들었다. 독일 온 지 천일 된 날은 조촐한 파티를 열어 영화를 보고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냈다. 잊고 있던 결혼기념일엔 남편과 오누이가 엄마에게 맞춤 한 선물에 기뻐하고. 한국에서 두 달 반 만에 도착한 택배를 선물 보따리처럼 풀어헤치며 감격하고. 남편이 인터뷰를 무사히 마친 날엔 독일에서 먹기 힘든 숭어 매운탕을 생애 처음으로 끊였더니만 고개 숙여 세 번이나 정중한 감사 인사를 받았다. 아들이 마테 캥거루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서 교장 선생님 면담 약속이 잡히고 큰 상을 받을 거라는 소식엔 상품을 건 가족 마우 마우 게임을 하며 실컷 웃었다. 부활절 연휴에는 자주 브레멘에 나갔다. 하루는 조개 모양으로 지어진 우주 박물관에 하루는 역사박물관에 들려 시간을 보냈다. 우연히 발견한 멕시코 식당에서 먹은 음식은 맛있었다. 즐거움은 일상에서 그렇게 자주 의미를 부여하거나 발견해서 누리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