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사랑하는 기술, 철학에서 배우다.
철학으로 좋은 삶을 추구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 기술을 배우다.
누군가 애정 하면 벼리고 벼린 질문을 던져 더 깊게 알고 싶은 것처럼 내 삶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애정으로 대하기 위해서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철학이 필요하다. 인생의 위기 상황에선 말할 것도 없고. 이 책은 오래된 지혜, 고대철학을 눈 앞에 펼쳐 2천 년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유용하다고 알려준다. 철학적 이론만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의 도움으로 삶을 구원받았거나 역경을 극복한 실제 사례들을 보여주어 신뢰를 더했다. 물론 저자도 일차적 수혜자다. 내 삶을 진정 사랑하려면 어떤 철학이 필요할까?
고대의 위대한 스승 열두 명을 만났다. 이 책의 장점은 다양한 철학을 두루 살펴보고 균형 잡힌 철학을 취하도록 돕는 거다. 좋은 삶에 정답이 없듯 철학도 마찬가지라면서. 단지 내게 잘 맞는 철학이 있을 뿐이다. 과학적 근거로 탄탄한 긍정심리학이 대부분 고대철학에 빚졌다. 과학적 방법이 더해진 긍정심리학이 현대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과학이 전부는 아니다. 고대철학에서 중요시했던 미덕을 등한시하는 일은 경계한다.
긍정심리학이 말하는 좋은 삶이란 과학적으로 측정 가능하며 아래의 다섯 가지 중 몇 개가 결합된 것이라고 셀리그먼은 말한다. P(Positive emotion 긍정적인 감정) E(Engagement 어떤 활동에 몰입하는 느낌) R(Relationship 관계) M (Meaning 의미 또는 가치 있는 고결한 명분을 위해 노력한다는 기분) A(Achievement 성취). 노련한 저자는 고대철학과 긍정심리학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펼친다.
고대의 심리치료사인 소크라테스는 대화하며 자신의 영혼을 돌보라고 설파했다. 상담사의 질문에 내담자가 대답하면서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을 불현듯 통찰하거나 이미 알고 있지만 인정하기 싫었던 부분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나도 모르게 고착되어 오랫동안 믿었던 사고방식이 합리적인지 의문을 갖도록 소크라테스는 질문한다. 외부에서 갈구하지 말고 내면에 있는 놀라운 힘을 찾아 키우라고. 자신을 돌보는 힘은 이미 자신 안에 있음을 잊지 말라고 강조했다. 자신 안에 잘못된 믿음과 사고방식을 찾아 수정한다면 훨씬 좋은 삶을 살게 된다면서.
소크라테스뿐 아니라 세네카 아우렐리우스는 새로운 습관이 정착할 때까지 습관, 감정 상태까지 기록하고 점검하며 삶의 질을 높여갔다. 하루를 성찰하며 쓰는 일기의 치유력을 믿었다. 세네카는 화의 요인이 뭔지 기록하고 사람마다 화가 나는 지점이 다르다는 기질적인 면까지 고려해서 취약한 부분을 알고 타임아웃을 갖거나 화가 지나길 기다리며 대처하라고 조언한다. 낙관적인 사고가 늘 현명하지 않고 때로는 낙관적인 태도가 화를 부른다. 늘 잘 될 줄 기대했다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참을 수 없는 화가 날 수 있으니까. 인생의 불행이 나만 비껴가리라는 희망이 때론 고문으로 변하기도 한다. 고대부터 그토록 비극이 인기인 이유는 참혹한 비극을 보고 내가 가진 것과 처한 환경에 감사한 마음이 절로 생긴다는 거다.
인지행동치료에서 채택한 회복탄력성의 원조가 에픽테토스다. 어떤 사건에 대해 의미를 부여해서 반응하는 것은 스스로 선택 가능하다는 것. 에픽테토스는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서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 에너지를 쏟아야 덜 불행하고 무기력증에 빠지지 않는단다. 통제 가능한 영역은 오로지 내 믿음과 생각뿐이고. 그것이라도 책임질 수 있다면 외부 환경이나 타인에 휘둘려 에너지를 소진할 확률이 현저히 줄겠다. 즉 어떤 사건에 대해 합리적인 대처 기술을 키우라는 말이다.
에피쿠로스는 합리적 쾌락주의 추구. 평온한 삶을 사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과거가 발목을 잡지 않고 지금 이곳에 집중하도록 지난 일을 잘 털어내길 바랬다. 좋은 삶에 필요한 요소로 기본적인 안전, 건강, 이성, 친구들을 꼽는데 그 중 우정이 좋은 삶의 중심이다. 인간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엔 비판을 제기한다. 기분 좋게 사는 것으로 만족하기 어려운 좀 더 고차원적인 무엇이 있다는 것이다. 쉽게 얻을 수 없으니 추구할 가치가 있고 귀하게 얻으면 만족감은 극대화되겠다.
아리스토텔리스가 말하는 ‘좋은 삶’이란 사회적 정치적 정신적인 본성을 충족시키며 행복과 성취로 이끄는 것이다. 자기 본성을 만족시켜 의도대로 살 때 품성도 미덕도 훈련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에게도 우정은 중요한 미덕이고. 보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면 기꺼이 하게 되는데 고차원적 욕구가 충족될 때 행복하다. 좋은 사회의 기초는 교육이며 민주주의가 좋은 삶을 추구하기에 좋은 구조라고 생각했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미덕뿐 아니라 애정 넘치는 가정, 친구들, 괜찮은 집,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직업, 자유로운 사회 등의 외적 요인들도 필요하다는 게 스토아학파와의 차이다.
견유학파 디오게네스, 문명의 문제점 자본주의의 폐단을 지적하며 금욕적이며 인간의 본성을 따라 사는 방식 추구한다. 더 많이 가질수록 더 높이 오를수록 잃을 것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다는 것과 통한다.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하고 실패의 두려움과 불안을 덜어낸다면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질문하는 사람인 회의론자는 판단을 유보하는 훈련을 가르친다. 쉽게 판단하며 독단하고 자신의 믿음을 과신할 때 고통적인 감정이 유발된다. 자신에 대해 불합리한 연민을 과도하게 가질 땐 이런 질문이 유용하다. 정말이야? 확실해? 증거 있어? 플루타르코스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가까이에서 오래 만나는 사람을 닮는데 모방하고 싶은 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과 같아지려는 열망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데 교육자답게 교육을 활용한다.
“사람들에게 좋은 삶에 대한 다양한 접근법을 가르치고 나서 스스로 결정하게 놔둬야 한다.(101쪽)” 각자 삶의 방식에 맞게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철학을 취하면 된다. 행복이 좋은 덕목이라고 해서 모든 이에게 행복을 강요할 수 없는 것처럼. “나는 한 번의 통찰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그 통찰을 무의식적 습관으로 만들어 줄 좀 더 체계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저자의 고백처럼 인지행동치료로 한 번의 통찰이 이루어졌다면 살아가면서 반복적인 자가 통찰로 무의식적 습관이 되도록 고대 철학으로 삶의 질을 높여 좋은 삶에 성큼 다가리라 감히 기대한다.
#더퀘스트 #줄스 에번스 #삶을 사랑하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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