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 A2반에서부터 알던 친구고 B1까지 같이 온 탱고 선생 로르디고(아르헨티나)와 쉬는 시간에 이야기를 종종 했다. 한 번 앉은자리엔 지정석처럼 앉는데 내 옆자리에 앉았던 로르디고는 수업 시간엔 유독 피곤한 내게 "괜찮냐고?" 늘 입버릇처럼 묻는다. 주말이면 함부르크나 드레스덴으로 탱고 수업이 있었다며 일한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밥벌이지만 춤을 추고 가르치는 일이 즐겁다는 이야기까지. 지난 학기(A2)만 해도 쉬는 시간에 누구랑 어울리지 않았다. 커피도 혼자 마시던가 강가로 걸어가 맑은 공기를 마시고 돌아오곤 했다.
저렴하고 맛까지 좋은 Bio 커피를 발견해서 한동안은 혼자 쉬었는데 이번 학기엔 어쩌다 보니 로르디고랑 같이 보낼 때가 많았다. 쉬는 시간까지 독일어를 해야 하는 게 영 피곤했지만 친구들과 어울리는 일도 필요하겠다 싶었다. 로르디고 외에도 유독 잘 웃는 친구 몇몇과도 친하게 지냈다. 사람 인상이라는 건 쉽게 만들어지는 건 아닌 것 같다. 말이 서툴러도 웃음은 생각보다 상대방을 무장해제시키는 힘이 크다. 그에 반해 시종일관 인상 쓰는 사람은 저절로 피하게 된다. 웃는 친구나 찌푸리는 사람을 보면서 내 얼굴을 돌아본다. 미간의 주름이 다 찌푸린 인상의 결과라 생각하니 인상을 펴고 의식적으로라도 자주 웃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생각만큼 독일어 수업은 웃지 못했지만.
크게 웃고 잘 웃는 친구 세 명은 따로 만나 밥도 먹었다. 웃음소리와 제스처가 나만큼이나 큰 살리나는 말레이시아에서 온 친구다. 독일 남자와 결혼 한지 독일에 산지도 2년이 되었고. 남편이 말레이시아에 휴가를 왔다가 만나서 결혼했다고. 아이도 없고 일도 못하는데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지루하다고도 했다. 서아프리카에서 온 버지니아와 스페인에서 온 안겔라는 이십 대 친구다. 각자 자기 나라 음식을 돌아가면서 한 번씩은 먹기로 했는데 그전에 수업이 끝났다. 언제 끝날까 싶은 수업이 끝났다. 시원 섭섭하다. 어찌 되었든 시간은 흐른다. 괴로운 시간도 행복한 시간도 동일한 속도로 성실하게. 인상 팍팍 저절로 써지는 수업을 그나마 이 친구들 덕분에 끝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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