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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유진/Deutsch

잦은 만남으로 독일어 일상화

 

4월 중순에 독일어 수업이 끝나니 기다렸다는 듯이 약속들이 잡혔다. 한국어를 조금 배운적 있고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열다섯 살 에밀리를 아들 친구 엄마로부터 소개받아서 만났다. 영어뿐 아니라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한국어 등 다양한 언어에 관심이 있단다. 현재 김나지움 9학년이고 아비투어를 보기 전 일 년 정도 시간이 있을 때 한국을 가고 싶어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단다. 앞으로 어떤 만남이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일주일에 한 번씩은 만나서 서로의 언어를 습득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을 접하면서 알게 되는 건 한국어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거다. 영어나 독일어는 좌에서 우로 쓰는 형태라면 한국어는 모음과 자음이 어우러지는 형태이니 위치가 위아래가 되기도 하고 자음과 모음이 섞여서 의미를 내는 거 자체를 신기해하고 어려워한다. 무궁무진한 언어의 세계다. 독일어로 한국어를 알려주는 일은 도전이고.

 

마리타가 죽은 다음 날은 풍크 선생의 생일에 다녀왔다. 독일에선 부고와 탄생이 신문 지면에 동시에 게재되는 게 의미하는 것처럼 누군가는 죽고 누구는 생일 파티를 연다. 슬픈 일이 있다고 파티가 슬플 수는 없으니 아무렇지 않은 듯 남매와 다녀왔다. 죽음을 생각할 때 생일은 최대한 정성스럽게 충분히 기뻐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차 마시러 오라고 한 열 번 이상은 말한 잉크리드도 더 이상 미루지 않고 만났다. 두 시간 독일어로 대화가 가능했다는 것과 예전처럼 그렇게 심한 스트레스는 아니라는 걸 확인했다. 독일어 수업에서 만난 네 명의 친구와의 약속도 거절하지 않았다. 와인으로 시작해 저녁 먹고 와인으로 끝나는 총 6시간의 만남이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독일어가 편해지고 있다고 믿는다.

 

클라우디아와의 산책에선 말을 엄청 많이 한다는 것을 자각한 것을 보면 어느 순간 영어 프리 토킹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때처럼 독일어도 하나의 문턱은 넘은 느낌이다. 쇼팽과는 일주일에 한 번 개인 수업을 이어가는데 발음에서 영어 악센트가 거의 없다는 칭찬을 받았다. 영어 악센트만 없애는 데만 근 천일이 걸린 셈이다. 그만큼 발음은 나아지고 있는 중이다. 쓰기와 듣기(이해력)는 좋아졌다면서 단어 공부와 말하기 연습을 많이 하라는 조언으로 다시 신발끈을 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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