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생일 파티에 친구를 여덟 명이나 초대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건 초대받은 아이의 부모가 모두 생일인 아이가 뭘 원하는지 물어본 거다. 한국인인 나는 대놓고 말하기가 어려운 일이라 말하지 못했다. 생일 초대 카드에 올 수 있는지의 여부를 알려달라는 부분이 있는데 대부분의 엄마가 "초대해주어 고맙다. 우리 아이는 갈 수 있다. 재인이는 어떤 선물을 원하"는 지를 문자로 물었다. 파울 엄마에겐 "재인이는 뭐든 다 좋아한다. 파울이 재인이에게 하고 싶은 선물을 하면 된다. 파울이 가장 큰 선물이다."라고 답 했는데 지나고 보니 우스꽝스럽다. 이런 부분에서 독일식 사고를 엿볼 수 있는 거 같다. 싫으면 싫다고 정확하게 거절할 줄 알고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딱 부러지게 말하는 걸 여기서부터 배워가는 건 아닐까.
독일 친구에게 물었더니만 대부분 아이들이 원하는 선물 버킷리스트가 있단다. 그걸 말해주면 선물을 준비하는 사람이 편하고 받는 사람의 만족도도 당연히 높을 건데 그걸 대놓고 말하기가 왜 그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초등학생의 경우 10유로 상당의 선물을 하는데 아이가 원하는 게 비용이 꽤 나간다면 친구들 여럿이 함께 선물을 사기도 한단다. 딸은 말 장난감을 갖고 싶어 했는데 여자 친구들은 말 장난감과 관련된 선물(말과 말 타는 사람이라든지 안장이라던지)을 사 왔고 남자아이 다섯 중 넷은 함께 선물을 했다. 큰 말 하나와 나머지는 로스만 굿 샤인(상품권)으로 준비했다. 자기가 원하는 걸 직접 살 수 있는 상품권이다.
아들도 생일 파티를 하거나 가는 걸 보니 초등학교 3학년 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보드 게임이나 장난감 류)들 중에서 했다. 친구에게 직접 물으니 돈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서 4학년 때부턴 10유로, 5학년 땐 15유로와 달달한 간식거리를 했다. 혹은 영화관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을 주는 경우도 있고. 아들은 특별한 선물을 하나 더 준비하는데 종이접기를 워낙 좋아해서 친구가 원하는 캐릭터를 직접 만들어서 선물한다. 인기가 좋을 뿐 아니라 특히나 부모님이 엄청 감동하신단다. 하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최소 두세 시간의 시간을 들이니 그럴만하다.
아이들끼리 서로 무엇을 받길 원하는지 스스럼없이 묻고 답하는 것도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둘 다의 만족도를 높이는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긴 깜짝 선물이 주는 기쁨이 있고 원했던 것을 받는 기쁨이 각각 있을 거다. 물질에 정성까지 담으면 가장 좋은 선물일 거다. 다음에 또 생일 파티를 하게 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미리 준비된 버킷리스트를 공개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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