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일 목요일은 동독과 서독의 통일 날로 휴일인데 금요일은 샌드위치 연휴로 주말까지 쭉 쉰다. 그 뒤 2주가 가을 방학이다. 방학 전 초등학교 3학년은 시험이다. 이번 학년부터 노트(Note)를 매기니 반 모임에서 담임 선생님도 신경 쓰라며 중요하게 다룬 이야기였다. 아이 입장에서도 첫 시험인 셈이니 긴장되는 모양이다. 첫째 아이는 시험이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간 적도 많았는데 둘째 아이는 딸이라서 그런지 스스로 꼼꼼하게 챙긴다. 시험 과목은 독일어, 수학, Sach(과학에 해당되는 과목인데 정확히 과학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다. 다행히도 방학 전 3주에 걸쳐 일주일에 한 과목씩 보니 부담이 적다.
지난주 목요일에 독일어 시험을 봤고 이번 주 월요일에 채점한 시험지가 나왔다. 열심히 노력한 만큼 점수를 아주 잘 받았다. 딸은 얼마나 기뻤는지 학교에서부터 달렸단다. 엄마에게 기쁜 소식을 빨리 전해주고 싶어서. 현관에 들어서면서는 시험 망쳤다며 어설픈 연기도 하고. 첫 시험인 만큼 아이도 신경이 쓰이는지 최소 시험 전날엔 알아서 공부도 했다. 2학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면서. 보드 게임에서 지면 울고 불고 하는 아이인데 역시나 시험도 게임처럼 야무지게 잘한다. 시험이 있어서 좋은 점은 공부를 조금이라도 더 하는 거다. 시험지를 보면 중요한 내용이 무엇이고 지금 배우는 게 뭔지 알 수 있다.
독일어 시험은 der, die, das 관사와 명사의 관계, 인칭에 따른 동사 변화, 형용사와 명사의 구분, 단수형과 복수형, 지문에서 문장이 시작되고 끝나는 지점을 알고 마침표를 찍거나 첫 문장은 대문자로 고치기, 문장을 잘 기억해서 그대로 옮겨 쓰기였다. 아이도 나도 가장 어려운 부분이 der, die, das다. 모든 명사에 붙는 이 관사를 알아야 한다. 한글에는 없는 거라 더 어렵다. 무조건 외우는 수밖에. 독일인도 쉽지 않지만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다 보면 입에 자연스럽게 붙으면서 알게 모르게 기억되는 게 있을 거다. 외국인에겐 아무래도 불리하다.
오늘은 수학 시험이다. 엊저녁에 공부를 봐주면서 보니까 생각보다 어렵다. 곱셈과 나눗셈인데 문제 자체가 독일어다 보니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해서 힘든 게 몇 개 있어서 한글 공부 가르치는 에밀리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럴 때 아들이 학급 여행 가서 없으니 아쉽다. 예를 들면 아래 문제 1-b)를 보면 Fünffache von 2 mit 4가 2 곱하기 4에 다섯 배를 하라는 건지 헷갈렸다. 알아낸 바로는 2의 다섯 배(Fünffache von 2)에 4(mit 4)를 곱하는 거(Multipliziere)였다. 2-a)에선 Produkt는 곱셈의 답을 말할 때 쓰는 걸로 Produck aus 6 und 2는 6 곱하기 2의 절반(Halbiere)을 묻는 거니 식은 6*2:2=6이다. 곱하기(가운데 점)와 나누기(:) 기호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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