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가 닳도록 걷기는 내 평생 처음이다. 자상한 남편이 쇼핑 싫어하는 나를 위해 운동화를 사다 주었다. 그것도 두 켤레나. 가볍고 내 발에 딱 맞는다. 걷기는 은근 중독이다. 운동화만 신으면 어디든 걷고 싶어진다. 사월도 독일은 날씨가 별로인 날이 많았다. 어쩜, 그렇게 비가 오나. 하루에도 몇 번씩 나는 '또 비가 오네'를 읊조린다.
산책을 나서면서 해가 반짝 떠서 선글라스를 준비하면 어김없이 걷는 도중에 빗방울을 만난다. 비가 내릴 것 같아서 우산을 준비하면 해가 나서 눈이 부시다. 변덕이 나 저리가라다. 저 멀리 숲길로 걸으면 한 시간은 족히 걸린다. 걷는 거리가 얼마나 될까 궁금해서 구글 지도로 검색해보니 겨우 5킬로 남짓이다. 아침 저녁으로 두 번은 걸어야 10킬로를 걷는다. 부정맥인 내게 의사는 조깅을 권했다. 걷는 것보단 뛰는 것이 불규칙한 심장 박동 단련하기에 도움이 되나보다. 뛰는 일은 쉽게 숨이 차오른다. 조금씩 뛰는 양을 늘려보려고 걷다 뛰다를 반복해본다.
'어쩌다 햇살'인 날, 운동화를 찍는다는 게 그만 다리가 예술이다. 남편 말대로 '비겁한 사진'이지만 뭐 상관없다. 내가 행복하다면 해를 등에 업고 이 정도 비겁한 것 쯤이야. 해님이 노하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