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이번에도 걸렸다. 한국에서 배로 보낸 택배가 세관(Zollamt)에 걸렸다. 그렇지 않아도 남매는 이제나저제나 택배를 눈 빠지게 기다렸다. 처음엔 크리스마스 전에는 도착하겠지. 그럼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겠구나. 기대했는데 조회해보니 독일에 도착 날짜가 2020년 1월 3일이다. 큰 맘먹고 산 <신과 함께> 만화책을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퉁쳤는데 벌써 1월 중순. 마침 택배 보낸 언니랑 보름 뒤면 세 달이 다 되어 가는데 택배가 왜 이렇게 안 온다니 통화했는데 그 날 바로 세관에서 보낸 편지를 받았다. 나는 세관에서 편지만 오지 않고 바로 집으로 오면 좋겠다고. 늦더라도 이미 늦었으니 바랄 게 없다고 했는데 말이다.
작년 내 생일에 셋째 언니가 보낸 택배가 걸렸을 때랑 비슷한 편지다. 2주 안에 찾아가지 않으면 다시 돌려보겠노라는 무시무시한 말과 유럽에서 생산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면서. 수수료는 28유로를 내라는 친절한 편지다. 생각해보니 지포와 김은 유럽에서 생산되지 않는 물품. 지난번엔 시래기와 마른 나물류가 걸렸고.
세관엔 피터에게 부탁해서 함께 갔다. 20kg 박스를 내가 들고 올 수도 없고 업무 시간에 맞추어 가려면 어쩔 수 없이 피터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필 어제 야간작업하느라 두 시간밖에 못 잤다는데 미안해 죽는 줄 알았다. 차 타고 브레멘으로 나가는 20분 동안 전화벨이 여섯일곱 번은 울린 것 같다. 일복 터진 피터다. 하긴 우리도 무슨 일만 있으면 피터를 찾는다. 슈퍼맨 피터. 택배만 찾으면 차에 실어두었다가 저녁에 퇴근할 때 가져다줘도 된다니까 굳이 집에 다시 데려다준다. 미안하게. 친절한 피터씨다.
세관에 가기 전에 쥐포를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말린 생선이라고 하면 되는 거였다. 무슨 생선인지는 묻지 않았다. 편지를 보여주니 박스와 박스테이프 뜯는 커터 칼을 가져와서 직접 뜯으란다. 위에는 김과 쥐포 나머진 모두 책이다. 세관원도보더니 신분증만 확인하고 가져가란다. 이것 때문에 여기까지 부른 거야. 아휴, 몇 사람을 고생시키는 건지. 원. 피터한테 미안해서라도 다음부턴 식료품은 보내지 말라고 해야겠다. 난 직접 박스를 열어서 검사한건가? 했는데 X-Ray 검사에서 걸린 모양이다. 박스가 오픈된 흔적이 없는 걸 보니. 유럽에서 생산되지 않고 걸릴 가능성이 있는 물품은 자제해야겠다. 세관에 걸리긴 했어도 쥐포는 반갑다. 안 먹어도 그만이지만 먹으면 또 맛있는! 남편이 먹고 싶다고 하니 처형이 비싼 쥐포를 보낸 거다. 금요일 저녁 쥐포 냄새가 솔솔 풍기겠군. 그 먼 길을 배타고 온 쥐포 뜯으며 맥주 한 잔, 콜이다. 와, 이 귀한 걸 드디어 먹는구나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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