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 과자를 구웠다. 11월부터 마트엔 크리스마스 과자 만들기 위한 용품들이 즐비하다. 이번엔 만들어진 도우를 사다가 딸이 마음대로 모양을 내고 구워서 꾸몄다. 재작년엔 클라우디아가 오누이까지 초대해서 함께 만들도록 준비해줬고 작년엔 클라우디아랑만 둘이 사부작사부작 만들었던 기억을 소환했다. 그 찰나에 클라우디아에게서 왓츠앱으로 메시지가 왔다. 마침 자기도 수요일에 과자를 만들었는데 우리가 함께 만들던 시간이 떠올랐다고. 이제 함께 만들지 못해서 아쉽다고. 같은 동네에 살 땐 자주 만나며 소소하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는데 이젠 더 이상 그럴 수 없다. 3시간이라는 물리적 거리감이 생긴 거다. 대신 크리스마스 엽서가 도착했다. 클라우디아 아빠 기일에 아들 딸 온 가족이 엄마 집에 모여 햇살 좋은 날 밖에서 환하게 웃으며 찍은 사진에 새해 소망을 덧붙여서. 나보다 한발 먼저 살뜰히 챙기고 생각해주는 친구가 몹시도 그리운 날이다.
작년 이맘때 그녀가 미리 준비해 둔 도우로 세 종류의 크리스마스 과자를 굽는 중간중간 실컷 떠들고 갓 구워진 쿠키와 차를 마시며 자주 웃었던 기억을 글로 남긴 건 참 잘한 일이다. 충만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와 후루룩 쓴 글을 다시 읽어보니 과자를 굽는 동안 어둑어둑해진 밖과 다르게 달궈진 부엌의 온기가 생생하게 그려진다. 지금 보니 괜찮게 썼군 싶은 글을 브런치도 알아보고 메인에 걸어줬는데 그 글을 알아봐 준 사람이 또 있다. 네덜란드 지선생이 브런치 글을 보고 연락 왔다. <어둡고 긴 유럽의 겨울을 나는 법 brunch.co.kr/@eugeney77/101>과 <베를린, 티어가르텐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개의 글을 네덜란드 생활지(NL)에 싣고 싶다고. 원고료가 특별히 없어서 고사할까, 잠깐 고민했는데 내 글을 알아본 안목에 일단 후한 점수를 주기로 하고 허락했다. 그랬더니만 현재는 수입 발생이 없어서 원고료 없음에 미안하다면서 꼭 싣고 싶은 글이었다면서 고맙단다. 2020년은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않았는데 1년 전에 올린 글이 나 대신 나를 알리고 있었다. 뿌듯하고 기분 좋은 일이다. 돈으로 환산 불가능한 가치가 세상엔 분명 존재한다. 위의 두 글은 12월 중에 네덜란드 생활지(http://dailynl.com) 독일 일상 플랫폼에 올라갈 예정이란다. 그리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글^^
12월 26일에 네덜란드 생활지에서 확인하니 베를린 글이 먼저 실렸다. 철학하는 엄마, 이진민 작가와 위아래로 사이좋게 걸린 글이 보기 좋다. 내년엔 독일 관련 글을 좀 더 써봐야겠다. 어떤 주제로 쓰면 좋을까. 고민 중이다. 네덜란드 지선생이 픽한 글 두 편을 기준으로 살펴보면서 고민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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