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치 곤란 당근이 많을 땐 당근 케이크를 만든다. 꽤 많은 당근을 소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애용했던 '아임 파이'는 아파트 단지 내 상가 2층에 있던 작은 수제 파이 집이다. 이국적인 외모에 딱 어울리는 큰 키의 주인 언니가 혼자 운영했는데 당근 케이크는 예약 주문만 가능했다. 우리 집 애들은 시판용 케이크를 좋아하지 않아서 생일엔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수수팥떡이나 시루떡으로 축하했다. 가끔은 당근 케이크를 아임 파이에서 사다가 초를 꽂았는데 특히 큰 아이가 당근 케이크를 좋아했다. 떡처럼 포근포근한 식감에 중간중간 익은 당근이 씹히는 심심한 맛이 은근 매력이다.
당근은 다른 야채에 비해 딱딱한 식감이라 비빔밥이나 김밥을 쌀 때 채 썰어서 볶는 용도 외에는 손이 덜 간다. 음식의 색감을 더하기 위해 주황색 고명으로 주로 이용하다 보니 1kg 한 봉지를 사면 반 이상이 남기 일쑤다. 게다가 딱딱한 식재료치고 잘 무른다. 요즘은 당근 케이크를 만들 계획이 있을 때에 일부러 당근을 산다. 케이크에 당근이 무려 150g이나 들어간다. 유튜브 <하다 앳 홈님 : https://www.youtube.com/watch?v=Odj0eQXNuDM>의 당근 케이크 레시피는 엄청 쉽다길래 겁 없이 했는데 정말 쉽다.
당근 케이크 만드는 법
1. 당근을 강판에 갈 거나 채를 썬다.
2. 가루 재료 : 중력분에 시나몬 파우더와 베이킹파우더 그리고 소금을 섞어 체에 내린다
3. 액체 재료 : 식물성 오일(120ml)과 설탕(120g) 이 같은 비율로 들어간다. 바닐라 액스트랙과 계란 두 개 추가
4. 1,2,3 번을 잘 섞어 케이크 틀에 부어 오븐에 굽는다.
치즈 크림 프로스팅 없이 빵만 만들면 오븐에 굽는 시간 35분 포함, 총 한 시간이면 케이크 완성이다. 뭐든 쉽고 간단해야 자주 하게 되는데 이 레시피가 그렇다. 초등학생 아이도 충분히 만들 정도로 쉽다. 버터와 우유가 필요 없어서 비건을 지향하는 분에게도 추천이다. 물론 계란은 들어가지만. 나는 위 레시피를 두 배로 준비한다. 하나 분량은 4인 가족이 먹기에 양이 턱없이 적어서. 당근을 많이 소진할 수 있고 포슬포슬한 식감에 담백한 맛이 좋아서 제일 좋아하는 케이크다. 아홉 살 딸은 얼마 전 내 생일에 당근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주었다. 물론 재료는 엄마가 모두 준비해 주고, 깜짝 선물은 아니라도 정성으로 보나 맛으로 보나 만족스러웠다. 역시나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은 남이 해준 밥이라더니, 하물며 케이크는 말해 뭣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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