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깨달음의 여정
순례자의 길은 신성하다. 순례길을 한 번 걷기 시작하면 한번도 걸어본 적 없는 그 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한 번의 각성으로 사람이 완전히 변모하긴 힘들겠지만 전의 상태로 되돌아가지 못한다. 산티아고 길이 코엘료에겐 그렇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순례의 길, 700키로가 넘는 길은 보통 각오와 다짐으로 걷기 힘들겠다. 그 길을 코엘료처럼 마스터의 인도를 받으며 걷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탁월한 마스터를 만난 것은 코엘료에게 행운이다. 산티아고에서 코엘료가 깨달은 삶의 지혜를 이 책에서 만난다. 순례자의 길은 비유적이긴 하지만 우리네 삶과 닮았다. 어딘가에 숨겨진 자신만의 검을 찾으러 떠나지만 길 위에선 온전히! 자신만이 걸어내야 한다. 검을 찾기 전에 검을 찾는 목적, 그것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고비 고비에서 깨닫는다. 과정에서 자신과의 선한 싸움을 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검을 찾는 목적은 무엇인가? 그것을 찾아 무엇을 할 것인가? 길 위에서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순례자는 코엘료가 공식적으로 작가로 주목 받게 된 책이다. 평범하지 않은 어린 시절과 음반 회사 중역으로 살았던 코엘료가 산티아고 길을 걸으면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는다. 꿈에 그리던 운명적인 작가의 길에 들어서는데 이 책의 역할이 컸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순례자의 길을 걷고 글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 꿈꾸던 작가의 삶을 살게 될지 그조차 감히 알지 못했다. 불안과 두려움 속을 걸어 나와 그는 멋진 작가가 되었다. 꿈꾸는 만큼 부정했던 자신의 운명을 기어이 만난다. 산티아고의 길에서 페트루스가 말했던 것처럼. 산티아고의 길은 바로 모든 이의 것이고 평범한 사람들의 것이라는 것을 믿지 못했지만 결국 페트루스의 말대로 되었다. 천국의 열쇠는 바로 내가 열정을 쏟아야 할 그 속에 있다. 삶이 기적임을 믿는 의지가 결국 기적을 만든다.
평범한 사람들의 길
굳이 산티아고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린 모두 순례자가 아닌가. 매일 주어진 삶을 살아내야 하는 일상의 순례자! 비범한 사람과 평범한 사람의 미묘한 차이는 오늘 내게 주어진 일을 미루지 않고 하고 있는가. 거기에 더해 내가 정말 좋아하고 잘하는 일인가. 찾았다면 의심하지 말고 꾸준한 성실함으로 해내는 것이 결국 평범함에서 비범함으로 도약하는 길이 아닐까. 여정에서 자신과의 선한 싸움은 늘 일어난다. 꿈을 포기하고 싶은 유혹들 말이다. 아니다. 꿈조차 무엇인지 희미해져 가는 상황이 못마땅하다. 비전은 일상에서 늘 밀려 날 테니까.
엄마가 되면서 한동안 꿈은 사치다. 내가 누군지부터 찾아내지 않으면 내 속의 나는 시간이 흐를수록 숨막혀 질식할지도 모른다. 꿈을 찾아 방향성을 확보하고 일상의 기쁨를 충분히 만끽하는 삶이 되기를 바란다. 비범한 삶은 언제나 평범한 사람의 길 위에 존재한다는 것을 삶으로 증명해 낸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그 길목에서 혹여 사나운 개를 만나게 될지도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폭포수 속을 걸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난를 통해 숨겨진 능력를 깨닫게 되길 바란다. 고난을 피하지 말고 평온함에 안주하지도 않는 깨어있는 삶을 부디 살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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