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꽃유진 썸네일형 리스트형 숲산책과 결혼식 다른 주말보다 조금 이른 시각, 아침 8시 30분에 숲 산책(7km)을 시작했다. 새소리가 유독 왕성하고 녹음이 짙어지는 6월의 산책은 하루라도 놓치면 억울해진다. 숲 속의 카페는 밖에 놓인 테이블이 늘었다. 안에서 먹으려면 24시간 안에 자가 테스트를 하거나 예방접종을 맞은 사람만 가능하다는 팻말을 지난주까진 있었는데 지금은 밖에서 먹는 건 조건 없이 가능한 건지 모르겠다. 울창한 숲을 통과해 카페까지 갔다가 꽃사슴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 나오면 7km다. 인적이 드문 시간, 자연을 흠뻑 만난 것만으로도 보약 한첩 먹은 기분이다. 집에 오는 길에 전날 아들이 주문한 해리포터 4권과 5권을 찾으려고 동네 서점을 들렸다. 아마존으로 시켜도 되지만 일부러 동네 작은 서점을 이용한다. 주문하고 찾으러 가는 그 .. 더보기 [치아 교정] 끝나면 20%도 마저 돌려받기 큰아이는 마침 이사 오기 전에 치아 교정을 2년 반 만에 마쳤다. 브레멘에 있는 교정 치과를 다니느라 고생스러웠는데 이곳엔 교정과 병행하는 치과를 발견했다. 치과 검진은 6개월에 한 번씩은 하려고 미리 예약을 잡아둔다. 이사 온 곳에서도 제일 먼저 치과를 알아뒀다. 슈바니비데에서 우리 가족 모두의 치아를 담당했던 샤파칙은 새로운 치과에 가보니 더 생각날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했다. 독일의 모든 의사들이 그녀처럼 친절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예약하려면 최소 4개월은 걸렸던 거였다. 올해 열 살인 딸도 교정이 필요하다는 걸 검진하면서 알았다. 부모가 치아가 고르지 못하니 유전인지 오누이가 모두 교정이다. 보험에서 교정비 중 80%가 나온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우리가 낸 20%도 교정이 끝나면 돌려받는.. 더보기 창문만 닦았을 뿐인데, 집이 환하다 유리창을 닦으니 세차한 기분이다. 하늘이 환하게 보이는 게 마음까지 깨끗해진다. 그러고 보니, 이사 왔을 땐 유리가 엄청 깨끗했는데 일 년 만에 탁해졌다. 최소 일 년에 한 번씩은 이렇게 닦는 모양이다. 독일은 월세 외에 Nebenkost라고 관리비 비용이 있다. 월세에 포함이거나 아닌 경우도 있는데 우리는 매달 70유로씩 따로 낸다. 아마도 유리창 닦는 비용은 거기에서 지출될 듯싶다. 깔끔한 복장의 남자 두 명이 장비를 들고 와서 집안의 유리창 안팎을 노련하게 닦는다. 대략 한 시간이나 걸렸다. 애들 방이 있는 2층부터 시작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내고 내려왔길래, 어떻게 이렇게 빨리 잘 닦을 수가 있냐니까, 웃으면서 매일 하다 보니 빨리 할 수밖에 없단다. 숙련함은 쉽게 얻어질 수 없는 영역이다. .. 더보기 작고 여린 것들의 매력 물 위에 어떻게 알 품을 장소를 만들었는지, 그 위에서 알을 품고 있는 물새가 오늘도 품고 있는지 보려고 매일 산책을 나간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꼼짝없이 앉아서 알을 지킨다. 정확하게 셈하진 않았지만 일주일이 넘었는데 그 사이 수컷과 바통터치를 한 건지 아닌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종족 보존의 힘은 인간이나 동물이나 강한 모양이다. 물 위 여기저기에 알 품고 있는 물새를 세 마리나 봤는데 그중 한 마리는 이미 부화했다. 텅 빈 집만 덩그러니 남겨진 걸 보니. 그러다 지난 주말엔 털이 보송보송한 새끼 네 마리들과 노니는 걸 봤다. 그토록 정성껏 알을 품더니 새끼를 만났구나 감동스럽다. 몸집이 작은 것들은 다 귀엽다. 아슬아슬 걷기 시작한 아이처럼 물이 무서운지 나무 등걸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서성이는 .. 더보기 찬란한 유월의 햇살 이번 주(5월 31일)부터 오누이가 학교를 매일 간다. 코로나 테스트는 일주일에 두 번씩 하고. 새벽부터 도시락 싸기가 번거로워도 학교 갈 수 있음에 그저 감사. 유월의 첫날은 그동안 흐린 날씨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20도를 훌쩍 넘었다. 여름이 코앞까지 왔다는 걸 직감한다. 이불 커버를 죄다 벗겨서 햇볕에 말렸다. 하루에 세탁기를 두 번을 돌려도 다 마를 만큼 햇살은 쨍하고 해는 길어졌다. 밤 9시가 되어도 환해서 시간 감각이 흐려질 정도다. 그렇지 유럽의 여름은 암막 커튼이 없으면 쉬이 잠들기 어렵지. 딸은 7월에 초등학교를 졸업 예정이라, 그전에 친한 친구 넷과 파자마 파티를 하기로 했단다. 지금부터 어떻게 잘 놀지 열심히 계획을 세운다. 캠핑카도 있고 4인용 텐트까지 있다는 파울리나가 선뜻 자기 집.. 더보기 머리가 가벼워지니 기분도 덩달아서 이번 주 월요일은 핑스턴으로 독일 공휴일, 초등학생 딸은 화요일까지 쉬고 김나지움 다니는 아들은 수요일까지 쉰다. 덕분에 독일어 수업도 이번 주는 방학, 마음이 한결 가볍다. 독일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심적 스트레스가 어찌나 심한지. B1은 어떻게 운 좋게 한 번에 붙었지만 B2는 수준이 남다르다. 벌써 쓰기 숙제를 두 번이나 못했다.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일은 언제나 괴롭다. 미라클 모닝이 심드렁해지면서 확언을 건너뛰니 룸미러 증후군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기분 전환을 위해 머리를 잘랐다. 독일 미용실은 가고 싶다고 아무 때나 갈 수가 있나. 그놈의 예약, 짧은 머리는 관리가 편하지만 미용실을 두 달에 한 번은 가야 하는 게 불편하다. 덥수룩해서 미리 예약하려고 했더니만, 코로나 테스트를 자가도 .. 더보기 걷는 것이 행복이라고 8. 걷고 명상하고 여행한다-최인철의 굿 라이프 중에서 연구 결과 ’행복한 삶이란 여행을 자주하는 삶이다‘라고 선언해도 될 정도다. 특히 먹고 수다 떨고 걷고 노는 행위가 한꺼번에 일어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여행은 행복 종합 선물 세트라고 할 수 있다. 또 근본적인 이유는 여행은 행복에 가장 중요한 기본 욕구들(유능감, 자율성, 관계)이 극대화되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운동은 몸의 건강뿐 아니라 즐거움과 의미를 제공해주는 효자 종목이다. 걷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이 최근에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애초부터 행복한 경험들을 많이 하려는 사람들이다. 여행할 수 없으니 걷기라도 매일 한다.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걸리는 게 하나도 없는 맑은 공기에 감탄하며. 더보기 당근 맛있지, 당근 케이크! 처치 곤란 당근이 많을 땐 당근 케이크를 만든다. 꽤 많은 당근을 소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애용했던 '아임 파이'는 아파트 단지 내 상가 2층에 있던 작은 수제 파이 집이다. 이국적인 외모에 딱 어울리는 큰 키의 주인 언니가 혼자 운영했는데 당근 케이크는 예약 주문만 가능했다. 우리 집 애들은 시판용 케이크를 좋아하지 않아서 생일엔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수수팥떡이나 시루떡으로 축하했다. 가끔은 당근 케이크를 아임 파이에서 사다가 초를 꽂았는데 특히 큰 아이가 당근 케이크를 좋아했다. 떡처럼 포근포근한 식감에 중간중간 익은 당근이 씹히는 심심한 맛이 은근 매력이다. 당근은 다른 야채에 비해 딱딱한 식감이라 비빔밥이나 김밥을 쌀 때 채 썰어서 볶는 용도 외에는 손이 덜 간다. 음식의 색감을 더하기.. 더보기 이전 1 ··· 3 4 5 6 7 8 9 ··· 4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