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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그리고영화

천국과 지옥을 가르고 뇌도 반응하는 돈 영화 [국가 부도의 날]과 EBS 다큐프라임 [뇌로 보는 인간-돈]을 보고 1997년 IMF, 대학교 3학년 때다. 금 모금에 보탤 금은 없었지만 타이타닉호라는 어머어마한 영화가 개봉했을 때인데 외화라도 보지 말자는 분위기엔 동참했다. 한국이 위기 상황이라는 건 경제를 몰라도 직감했다. 그 이듬해 졸업할 땐 취업률이 현저하게 낮았고 탐탁잖게 여기던 전공인 유전공학과 대학원 진학을 고려할 정도였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전공 학점이 별로라 지도교수가 적극 추천했음에도 불구하고 진학은 못했다. 대신 아산 국립중앙병원 연구원으로 취업, 첫 사회생활이 시작됐다. 영화 은 한국의 IMF 사태를 각자 다른 입장에 처한 주인공을 내세워 리얼하게 보여준다. 위기 상황을 공유하지 않고 거짓말하는 매스컴만 철석같이 믿는 순진.. 더보기
윤리적이고 의식있는 소비자 되기 희망의 밥상, 제인 구달 “변종 조류 독감 바이러스는 에이즈를 초월하여 전 지구를 감염시키는 끔찍한 재앙이 될지도(p152)” 모르겠다고 제인 구달은 2005년에 그녀의 책 에서 경고했다. 2020년 코로나 사태는 인간에게 닥친 재앙이지 않은가. 코로나가 조류에서 발생한 건 아니지만 야생동물에서 기인한 면은 비슷하다. 15년 전에 이미 지구를 위협할 거라고 예언한 부분은 충격적이다.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자업자득이 아닐까. 바이러스가 인간을 위협하는 시대가 올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라 여겼는데 나만 몰랐다.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는 길을 모색하며 동물과 자연의 소중함을 일찍부터 인식한 사람은 인간이 동물에게 가하는 폭력으로 인해 언젠가는 되돌려 받으리라는 걸 예측했다. 희망의 밥상의 저자 제인.. 더보기
멈춤 버튼 없는 스마트폰 노예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애덤 알터), 무엇이 당신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검색하게 만드는가 침대 머리맡에 두고 잔 스마트폰 알람 진동 ‘10분 후 진동’ 터치로 잠을 깬다. 폰을 들고 화장실에 가면서 밤사이 꺼 둔 와이파이를 켜고 포털의 기사 제목을 훑는다. 그날의 날씨를 앱으로 확인하면서 아침이 시작된다. 아이를 등교시키고 제일 먼저 노트북을 켜고 확인하는 건 노란 창에 로그인을 해서 밤새 쌓인 카카오톡의 빨간 숫자를 클릭해 0으로 만든다. 답장은 빛의 속도로 회신한다. 이메일을 수시로 확인하고.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역시 스마트폰 클레마를 열어 e북으로 읽었다. 좀 더 색다른 요리 레시피를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거나 유튜브를 본다. 모르는 독일어 단어뿐 아니라 한글도 뜻을 정확히 하기 위해 수시로 사전 앱.. 더보기
목표(중독 피하기) 대신 체계를 세우고 살아라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중 chapter 4 목표 중독에서 발췌(p307~312) "삶을 꾸려 나가는 일상적인 체계가 더 이상 성취감을 주지 못할 때 목표는 가짜 주인 행세를 하며 우리를 밀어붙인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목표를 지향한다" 인간 행위 전문가 올리버 버크먼에 의하면 "삶을 도달해야 할 일련의 목표로 생각하면 ‘끊임없이 실패하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 늘 성취나 성공으로 규정되는 위치에 못 미치는 상황에 처한다. 설사 목표에 도달하더라도 도달하는 순간 목적의식을 잃어버리며, 그래서 다시 새로운 목표를 세우게 된다." --> 대안 “목표 대신 체계 System를 세우고 살아라” 장기적으로 볼 때 행복하게 해 줄 확률을 높이는 뭔가를 찾아서 그것을 규칙적으로 하라는 것이다. 목표와 달리 체계는 강.. 더보기
가족간엔 더 어려운 비폭력대화 비폭력대화를 읽는 이번 달 내내 좌절모드다. 어제도 그제도 실패. 나의 의사소통 방법이 얼마나 엉망인지 자각한 책. 당장 어제 아이 데리러 갔다가 있었던 일. 뒷문에서 기다렸는데 정문으로 나온다길래, 첫날보다 2분 먼저 도착해서 뒷문을 지나 정문으로 갔다. 기다린 지 10분이 다 돼 가는데 딸은 보이지 않고 뒷문과 앞문을 왔다 갔다 하며 봤는데 없다. 결국 학교 안으로 들어가서 담임선생님을 만났는데 딸은 없고 모두 갔단다. 이런, 물론 혼자 집에 가더라도 길은 아니까 괜찮지만. 어떻게 된 거지. 내가 아이를 놓칠 리가 없는데. 엄마가 데리러 온다고 분명 말했는데. 걱정되다가 집에 다다를 즈음에는 짜증도 난다. 아이가 무사히 집에 있으면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니 짜증이 확 치민다. 집 열쇠도.. 더보기
노년의 삶과 죽음 성찰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면서 우리는 모두 단순한 기쁨이 주는 안락함을 찾게 된다. 동료애와 우정, 규칙적인 일상, 맛있는 음식, 얼굴에 와 닿는 햇살의 온기 같은 것 말이다. 그때 우리는 무엇을 성취하고 축적하는 것보다 단순히 존재하는 것에서 얻는 행복감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p447) 가까이에 존재하던 사람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걸 이해하는 것뿐 아니라 노화를 거쳐 죽음에 닿는 과정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이 책을 읽으며 자동으로 떠오른 사람은 당연히 마리타다. 작년 3월 11일, 큰 수술 날짜가 잡혔던 마리타가 3월 1일 내 생일이라고 선물을 챙겨주셨다. 병원에 다녀온 그녀는 다리가 퉁퉁 부어서 걷기 힘든 상태였고 자신의 집으로 내려와 달라고 했다. 한 시간 남짓 이야기를 했는데 .. 더보기
기생충이 불편했던 이유 내가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본 것은 이 전부다. 이 두 번째였는데 역시나 봉테일의 영화는 내 취향은 아니다. 여러 부분에서 불편하다. 영화를 본 날 짧게 써둔 메모는 이렇다. "제목부터가 혐오스럽고. 내용은 어찌나 무섭던지 영화를 본 날 악몽에 시달리고 잠을 설칠 정도로 힘들었다. 영화 속에서 그려 낸 계급의 가장 밑의 하층, 가난한 자는 도덕성이 없다는 건가. 악인의 축에 세워 철저하게 '기생충'스럽게 그려둔 지하인은 인간에 대한 모멸감이요. 충격 그 자체였다." 불편한 이유가 뭘까 오래 고민했는데 이동진의 영화 평론집 에서 그 이유를 발견했다. '현실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사회적 의미'를 숙고하는 일은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의 전반부에서 약자로 보이는 기택 가족에게 이입하게 되는 관객들은 케이퍼.. 더보기
땅처럼 수동적인 사람, 스토너 스토너는 어떤 사람인가 마지막 페이지에서 ‘땅처럼 수동적인 사람’ 스토너가 죽었다. 눈을 감는 순간 손에 들렸던 건 그가 쓴 '아이처럼 섬세하고 활기찬' 책이다. 기쁨을 주었던 그레이스도 사랑했던 캐서린도 아니다. 스토너가 늘 원했던 건 온기가 전해지는 인간미 넘치는 사랑의 손길은 아니었을까. 친밀함의 관계는 갈급했지만 채워지지 않았고 몰입해서 구축한 지식 세계가 마지막에도 만족을 느끼게 해 주고 그의 곁을 지킨다. 책임감, 그리고 절망을 기쁘게 받아들이는(어떤 순간에도 투쟁하진 않는다) 작가는 이토록 무정하고 무심한 캐릭터를 배우자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남편의 안쓰러움이 배가되도록 하는 효과인가. 덕분에 스토너의 인내심이 그녀와의 관계에서 가장 돋보인다. 신혼여행부터 실패를 예감한 결혼 생활, 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