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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쏟아지는 남매 틈바구니 “얘들아, 얼른 자라 자라. 이제 잘 시간도 훨씬 지났구나. 내일 아침에 안 깨워 줄 거야.” 아무리 협박을 해도 자려고 하지 않는 아이들을 모른 체하고 오후에 막 도착한 ‘네게 행복을 줄게’ 책을 들고 포근한 침대로 들어왔다. 남매의 재잘거림을 뒤로 하고 책장을 넘기니 책 속의 행복이 내게도 쏟아진다. 몇 장 채 읽기도 전에 엄마 등을 타고 못살게 구는 아이들에게 “무겁다. 저리 좀 가라.”고 밀쳐내기를 여러 번,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괴롭힌다. 어느새 남편이 아이들을 치우고(?) 안마를 해준다. 그런 아빠를 보고 딸은 입을 삐죽거리며 "아빠, 엄마가 좋아 내가 좋아?" "당연히 엄마가 좋지." "아빠, 미워. 아빠한테 이제 뽀뽀 안 해 줄 거야." 팽 토라져서 뽀뽀를 무기로 아빠에게 협박을 한다. 자.. 더보기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연금술사 저자 파울로 코엘료, 최정수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01-12-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전세계 2천만 독자들이 읽은 전설적인 베스트셀러! 어떤 책도 이... “그것은 자네가 항상 이루기를 소망해오던 바로 그것일세. 우리들 각자는 젊음의 초입에서 자신의 자아의 신화가 무엇인지 알게 되지. 그 시절에는 모든 것이 분명하고 모든 것이 가능해 보여. 그래서 젊은이들은 그 모두를 꿈꾸고 소망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그 신화의 실현이 불가능함을 깨닫게 해주지.” p47 양치기 산티아고가 자아의 신화를 찾아 떠나는 여정은 버라이어티하다.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때에도 유효기간이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젊음의 초입에서 과연 자신의 자아의 신화가 .. 더보기
엄마, 공부가 필요할 때 아이가 태어나면서 라이프 사이클이 대부분 자녀에게 맞춰진다. 때로는 희생이라는 것도 강요가 아닌 자발적으로 선택할 때 덜 힘들어진다. 육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간절히 원해서 우주적 만남으로 아이와 만난 감격의 순간을 상기해야 할 필요성을 수시로 느낀다. 그토록 강렬한 출산의 고통도 어느 순간 잊혀지는 것을 보면 쉽게 망각하는 동물인 나는 초심을 유지하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 공부가 필요했다. 환경이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에 가장 심하게 노출된 사람들이 바로 엄마다.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매일 엄마사람에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 누구보다 마음의 근육을 단련시키지 않으면 어려운 순간들을 고비 고비 건너기 어렵다. 절박한 환경에서 살아 남기 위해 자발적 공부를 시작했다. 엄마가 되면서 유독 내 자신이 부.. 더보기
다른 시간대, 새로운 시간 독일로 오기전 우리 부부의 스승님께선 큰 아이에게 손목 시계를 선물해주시며 새로운 시간을 살라고 말씀하셨다. 열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날아 온 이곳에선 다른 시간대를 산다. 현재의 나와 다른 시간대를 사는 지인들을 생각하며 수시로 한국 시간을 확인하곤 한다. 한동안 오후 3시가 되면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잠자리에 누워 한국 시간을 확인하면 새벽 5시다. 내가 늘 일어났던 시간에 잠을 자고 잠을 자던 시간은 오후다. 마흔 해동안 아침형 인간이 되려고 애쓴 시간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버렸다. 배꼽 시계만큼 정확한 내 기상과 취침 습관에 놀랐다. 3월 말에 서머 타임이 시작되면 독일은 한국보다 7시간 늦어진다. 시차 적응은 힘들다. 몸은 누웠는데 뇌는 쉬이 잠들지 않은 날들! 잠들지 못하는 뇌를 위해 매일 .. 더보기
달과 6펜스, 서머싯 모옴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숙연해진다. 예술가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끝났다. 마흔이 될 때까지 ‘그리지 않으면 살 수가 없소’라는 욕망을 어찌 참고 평범한 직장과 가정 생활을 17년이나 지속한 것인지 놀랍다. p124 "인생은 사랑과 예술, 양쪽을 다 누릴 만큼 길지 않으니까." 그에겐 예술과 사랑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남들이 평하기에 그럴싸해 보이는 안정된 생활을 과감히 버리고 가진 것도 없이 미래를 걱정할 틈 없이 아무 계획도 없이 자신이 발 딛고 있는 현실(6펜스)을 뛰쳐나간다. 타인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 자기 안의 욕망에 충실했을 뿐이다. 어느 날 불현듯 솟아 오른 욕망에 따라 주저 없이 자신이 가진 것을 버리고 떠난다. 내면의 목소리를 충직하게 좇았을 뿐이다. 하루 벌어 겨우 하루를 못 살더라.. 더보기
애착이 뭐길래 -애착의 목적은 건강한 분리 혹은 엄마의 자유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장면을 꼽으라면 엄마와 헤어질 때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숨 넘어가게 우는 아이다. 두 돌에 엄마와 사별한 내겐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내 아이를 직접 키우는 일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아이가 자연스럽게 엄마와 떨어지기 전에 억지로 떼어놓는 일보다 더 가슴 아픈 일은 없다. 임상심리전문가 이현수는 ‘엄마 냄새’에서 말한다. “아이를 대상으로 한 시간 투자에는 한가지 불가피한 속성이 있다. 반드시 그때, 즉 아이가 어렸을 때 제공해야지 나중이 되어서는 거의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라고 한다. 이 시기에 부모의 시간을 제대로 투자 받은 아이가 온전하게 자란다.” 결정적인 시기에 부모에게 안정적으.. 더보기
예술적인 날씨 한컷! 내 생각에 유럽의 글루미(gloomy:어둑어둑한, 침울한)한 날씨를 가장 잘 표현한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작년 12월 26일 함부르크에서 찍은 사진으로 시간을 확인해보니 오후 1시 50분이다. 낮인지 새벽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함부르크 역 주변을 찍고 싶었는데 고풍스런 건물과 번화한 거리의 2층버스가 아니라 날씨가 어쩜 이렇게 예술적으로 흐릴 수가 있을까. 하면서 셔터를 눌렀던 기억이 난다. 겨울엔 해가 안 보이는 날도 많았고 해가 떠도 30분이 고작었다. 그런 날은 창가로 가서 등으로 햇살을 모으곤 했다. 봄이 이제 곧 오려나보다고 호들갑을 떨었는데 얼마전엔 우박도 떨어졌다. 겨울의 유럽은 날씨가 우중충하다는 것은 쿨하게 인정하고 그만큼 햇살이 귀하니 해가 쨍하게 나는 날은 감사가 몇 배로 터.. 더보기
그렇게 엄마가 된다. 난 학부 때 전공은 유전공학이었으나 전공 외 문과 과목들에 관심이 많았다. 그때 동기 중 전공만 공부하기도 버거울 텐데 영어 부전공에 학보사까지 하는 여자 친구가 있었다. 이성보다 더 끌린 아이를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 작품을 다룬 러시아 문학 수업 시간에 우연히 만나면서 호감을 느꼈다. 지금도 친구의 이름이 잊혀지지 않는다. 성도 특이한 ‘위’씨다. 우린 서로 편지함에 편지를 주고 받기도 하고 시집을 선물해주면서 문학소녀가 된 듯 했다. 어느 날 내가 “넌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친구가 그런다. “난 '밥 많이 먹는 엄마'가 될 거야.” 그 말에 난 ‘엉덩이 펑퍼짐한 엄마가 고무줄(몸 빼) 바지를 입고 양은 냄비에 밥을 비벼서 우적우적 먹는 엄마가 단번에 그려져서 웃었다. 세월이 많이 흘러 밥은 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