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그리고영화 썸네일형 리스트형 싱그러운 영화, 리틀 포레스트 *이미지 출처 : 영화 “실패할 수도 있고 너무 늦은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있지만, 엄마는 이제 이 대문을 걸어 나가 나만의 시간을 만들어 갈 거야. 뭐든 모든 것은 타이밍이라고 엄마가 늘 말했었지? 지금이 바로 그때인 것 같아. (중략) 너를 이곳에 심고 뿌리내리게 하고 싶어서였어. 혜원이가 힘들 때마다 이곳의 흙냄새와 바람과 햇볕을 기억한다면 언제든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걸 엄마는 믿어” “자연과 요리 나에 대한 사랑이 그만의 작은 숲이었다. 나는 나만의 작은 숲을 찾아야겠다” 한국의 사계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영화다. 농촌의 고즈넉한 풍경과 직접 가꾼 재료로 만든 제철 요리는 침샘을 자극한다. 파스타에 꽃을 듬뿍 얹은 꽃 파스타는 압권이고. 여름엔 차가운 콩물을 만들어 오이와 토마.. 더보기 이반 일리치의 죽음, 톨스토이 지음 “마치 죽음은 이반 일리치에게만 일어난 특별한 사건일 뿐 자신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는 듯이(24쪽)” 이 책을 읽으면서도 내가 아니라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라 얼마나 다행인가 안도한다. ‘어쩌겠어, 죽었는데. 하지만 난 이렇게 살아 있잖아’(17쪽) 추도식에 온 친구의 고백이 인간의 심연을 꿰뚫은 듯 정확해서 허를 찔린 기분이다. 죽음을 사유한다고 하지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고 경험할 수 없는 영역이라 타인의 죽음은 매번 간접적이고 겨우 내 삶을 돌아볼 뿐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걸까. 죽을 때 후회가 덜한 인생이란 무엇일까. 이반 일리치는 자만심을 채우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의 결혼을 하고, 유쾌하고 품격 있는 삶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일로 도피하면서 크게 희생하지 않으며 산다. .. 더보기 조지 오웰,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오웰은 스스로를 하급상류층이라 칭하고 인도 제국 경찰 소속으로 5년간 복무한 후 계급적 우월감으로 하층민을 억압한 일에 속죄하는 마음으로 부랑자의 삶과 노동 계급의 삶을 자발적으로 경험하며 쓴 글이다. "나는 형편이 가장 나은 편인 노동 계급 가정의 거실 풍경이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고 할 만큼 너무나 편안한 것을 보고 깜짝 놀라곤 했다. 특히 겨울날 저녁에 차를 마시고 난 뒤, 조리용 난로에선 불꽃이 춤을 추고, 난로 한쪽엔 아버지가 셔츠 차림으로 흔들의자에 앉아 경마 결승전 소식을 읽고, 어머니는 다른 한쪽에 앉아 바느질을 하고, 아이들은 1페니 주고 산 박하사탕 때문에 행복해하고, 개는 카펫에 드러누워 불을 쬐는 정경을 불 수 있는 집은 정말 가볼 만한 곳이다."(101쪽) 카펫에 드러누워 불을 쬐는.. 더보기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산문집 언젠가부터 정해진 지면 안에서 하고 싶은 말을 일목요연하게 하는 칼럼을 찾아 읽는다. 명료한 생각을 엿보고 싶어서 그렇다. 작년까지 한겨레에서 읽은 장희진의 칼럼은 매번 읽을 때마다 와, 이런 사람도 있구나. 몇 번은 반복해서 읽어야 겨우 이해될까 말까 했다. 쉽게 알아듣기 어려운 그녀의 생각이 강렬해서 끌렸다. 요즘은 은유 칼럼 애독자다.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일상에서 던지는 질문은 평범하지 않고 그것에 대한 답을 책에서 찾고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글이 편하게 읽힌다. 지면에 실렸던 글들을 모은 에서 만난 황현산 글은 또 다른 맛이다. 문학 비평가지만 전공 서적이 아닌 책으로 첫 산문집이다. “사회와 문화에 대한 내 생각을 가장 쉬운 말로 명확하게 쓰려고 했다. 문학이 사회에 대해 할 수 있는 말들을 .. 더보기 앤 라모트의 유쾌하고 다정한 글쓰기 수업 원제인 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 책에 딱 어울리는 제목이다. 새에 관한 리포트를 쓰느라 애 먹는 저자의 열살 된 오빠에게 작가인 아버지는 "하나씩, 하나씩, 새 한 마리씩 한 마리씩 차근차근 처리하면 돼” 라고 말해 준다. 이 말은 글쓰기뿐 아니라 인생의 여러 영역에서 필요하다. 무성하게 자란 풀을 뽑을 때도 내가 밟고 선 부분부터 차근차근 처리하면 어느새 깨끗해진 정원을 만나게 되는 것처럼. 초고를 쓸 때도 완성해야 할 책 한 권의 분량에 겁내기보다는 그저 오늘 하루 한 페이지를 쓰다 보면 채워진다. 할 일이 많아서 머리가 아프거나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를 때, 다이어리를 꺼내 할 일을 적고 하나씩 해결하며 목록을 지울때도 'Bird by bird'는 자주 떠오른다. 틈만 나면 무슨 수를 써서든 책을 읽.. 더보기 (영화)줄리 & 줄리아 프랑스로 이사 온 미식가 줄리아 차일드, 먹는 것마다 보는 것마다 감탄이다. 낯선 곳에서도 유쾌한 에너지를 뿜으며 즐겁게 산다. 뭐할까, 고민하다가 요리를 배우기 시작하고 ‘요리사도 없고 하인이 없는 미국인에게 프랑스 요리를 알려주기’ 콘셉트로 요리책 쓰기에 도전한다. 남편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고 요리엔 더 열정적이다. 남편인 폴이 요리하는 아내를 표현하는 대목에서 그녀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불 앞에 선 그녀는 매력적이야. 마치 드럼 연주자를 보는 듯해. 북 두 개를 쳐야 할 때를 잘 아는 연주자 같아” 좋은 글을 사랑하는 사람이 글 쓰는 것을 좋아하듯이 먹는 걸 사랑하는 사람이 요리도 잘하지 않을까. 뉴욕 퀸즈에선 줄리가 피자리아 2층으로 이사를 한다. 밤마다 경적 소리가 시끄럽고 주방은 비좁지만.. 더보기 불확실한 날들의 철학(무한한 순간들),나탈리 크납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무엇을 해야 할까? 내가 무엇을 희망할 수 있을까? 인간이란 무엇일까? 과도기에는 이 모든 질문이 중요하다. 그러나 희망에 대한 질문은 특별한 가치가 있다.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허공에 발을 디디면서 새로운 발판을 만들어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37쪽) 독일 철학자 나탈리 크납은 불확실한 날들의 철학에서 '허공에 발을 디디면서도 새로운 발판을 만들어내는 희망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누구나 예외없이 통과하는 인생의 과도기를 어떻게 건널까에 대한. 인생의 과도기란 어쩌면 위기의 순간이다. 예를 들면 이런 때다. 아기의 탄생, 사춘기, 갱년기, 애도의 시간이 그렇고 죽음이 그렇다. 죽을 것만 같은 괴로운 순간에 잉태되는 어떤 것들, 퍼올려질 한 줌의 지혜 혹은 본질.. 더보기 말의 품격, 이기주 내가 뱉은 말이 누군가에게 당도해 꽃이 되진 못할망정 피나게 할퀴진 말아야 할 텐데. 몸속에 오랫동안 갇혔다가 탈옥한 말들은 죄 없는 애들에게 비수처럼 꽂힌다. 브레이크가 필요했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상처 되는 말들을 생각 없이 남발할 때 마주한 문장들은 정신이 번쩍 들게 했다. 글이 담백하고 품격있다. 아래에 옮긴 서문만 읽어도 엄청 좋다. 내 감정이 뜻대로 조절되지 않을 때 마음을 고를 때 조금씩 읽어도 좋겠다. 말은 나름의 귀소 본능을 지닌다. 인간의 고질적인 외로움을 달래주거나 그 농도를 연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타인의 손길과 언어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인간의 말이 나름의 귀소 본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언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가려는 무의식적인 본능을 지니고.. 더보기 이전 1 ··· 6 7 8 9 10 11 12 13 다음